브리지스톤 운동생리학자, 야스히로 나카니시

onMar 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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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1월. 코메트바이시클 임직원들과 양양고 사이클 선수인 김청수(현 양양군청)가 일본 브리지스톤 사이클 아게오 본사를 찾았다. 생산현장을 견학해 자사가 취급하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차원이었으며, 김청수는 2017년 실업선수 데뷔를 앞두고 새 레이스바이크를 피팅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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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양양고 선수였던 김청수와 코메트바이시클 직원들이 브리지스톤 사이클 연구소를 찾았다.

지난해 5월, 바이크왓은 브리지스톤을 취재해 생산과 품질관리에 대한 특집기사를 낸 적 있다. 그 때문에 이들의 브리지스톤 행이 자못 흥미로웠다. 생산 현장보다는 실업 팀 데뷔를 앞둔 선수의 방문이라는 것이 그러했고, 피팅이라면 굳이 브리지스톤 사이클 본사까지 가야하는지,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브리지스톤 사이클 연구소

아게오 본사에선 과거 특집기사 취재 때 보았던 익숙한 얼굴들을 다시 만났다. 하지만 김청수의 본 일정은 본사가 아니라 그 길 건너편에 있는 브리지스톤 사이클 연구소에 있었다.
연구소는 과거 들렀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곳은 지난 번 취재에서 만난 스즈키 미츠히로 부장이 주선해서 들러 본 곳이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연구소로 사용하고 있는데, 별다른 명패도 없고 내부는 더욱 연구소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쉽게 말하면 매니악하다고 할까. 자유분방하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 뭔가 광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럼에도 사이클링과 관련된 연구장비는 속속들이 갖춰져 있다. 이를테면 심전도, 심폐지구력(Vo2Max) 측정기, 혈중산소포화도 측정기, 초고속촬영기 그리고 자체 개발했다는 커다란 러닝머신처럼 생긴 라이딩 시뮬레이터, 포지셔닝 머신과 피팅시스템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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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스톤 사이클 연구소에서 만난 야스히로 나카니시 씨. 

이곳에서 지난 취재에서 만나지 못한 인물을 소개받았다. 브리지스톤 사이클의 과학적 토대와 인간중심 제품개발에 기반을 닦은 인물로 평가되는 야스히로 나카니시 씨다.
야스히로 씨는 운동생리학자이자 엔지니어다. 브리지스톤 사이클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했고, 우리나라 연구소로 말하면 책임연구원급 인물임에도 특별한 직급이 없다. 한 마디로 문무겸장, 들판에 쟁기질하는 노인 같아 보이지만 내공이 분명히 느껴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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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히로 씨는 김청수와 코메트바이시클 허희철 대표를 피팅하고, 테스트 자전거까지 세팅해 테스트 라이딩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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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터에서 테스트 중인 김청수 선수.

야스히로 씨는 김청수의 레이스바이크 피팅을 위한 측정을 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테스트 자전거를 세팅해 시뮬레이터에서 테스트 라이딩했으며, 페달링 분석과 파워 테스트까지 실시했다. 자사 후원선수가 아닌 해외 선수로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김청수와의 볼 일을 마치고, 총총히 사라지려는 그를 멈춰 세워, 그가 하는 일과 김청수에게 실시한 테스트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질문했다.

선생님을 꿈꾸던 체육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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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터는 라이딩 시간, 운동부하, 거리 등에 따라 프로그램을 달리 적용할 수 있다. 김청수의 테스트 라이딩을 보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파악하는 야스히로 씨.

바이크왓 독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제 이름은 야스히로 나카니시입니다.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 때까지도 농구를 했습니다. 몸집은 작았지만요. 하하.
제 전문분야는 운동생리학입니다. 1982년 후쿠오카대학 체육학부(현 스포츠 과학부)에 입학해서 운동생리학을 전공했는데요. 졸업 후 의학부 내과 연구생으로 운동요법을 연구했습니다. 
현재는 브리지스톤 사이클 설계·개발부, 레이스 기계·재료 설계과 소속이며, 따로 정해진 직급은 없습니다. 브리지스톤 사이클에는 1988년 입사해서 현재 29년째 근속 중입니다. 

체육학부 졸업 후 의대에 편입해서 공부를 하신 건가요?
아닙니다. 대학원을 의대로 진학한 것이지요. 전 대학에서 운동생리학을 전공했는데요. 학업을 하는 동안 활동적인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를 테면 ‘고혈압이나 비만 환자를 위한 운동요법’이라든가, ‘선수의 운동능력 측정과 향상’ 같은 분야죠. 그런데, 당시엔 체육학부 위에 그런 걸 연구하는 대학원이 없었습니다. 
제 고민을 아신 체육학부 은사님께서 “미래에는 체육학 지식뿐만 아니라 의학지식도 필요한 시대가 된다”라고 말씀하시고 의학대학원에 추천해주셔서 연구생이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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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스톤 입사 초기의 야스히로 씨. 

운동생리학과 재활의학 분야의 직접적인 직업도 있었을 텐데, 특별히 브리지스톤에 입사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체육학부를 선택한 건 나중에 체육선생님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더 깊은 곳에 관심이 생겼고, 의학대학원까지 진학한 거죠. 브리지스톤과는 대학원생 때 산학공동연구를 계기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에도 사이클링과 관련된 연구였는데요. 학위 수여를 받자마자 바로 브리지스톤에 입사하게 됐죠.

패미콤 시대의 즈위프트를 만들다

브리지스톤에 입사해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입사 후 처음 연구한 것이 비디오 게임회사로 유명한 닌텐도와의 공동연구였습니다. 당시 닌텐도는 패미콤(닌텐도가 1983년 처음 발매하기 시작한 가정용 게임기)을 이용한 운동기구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요. 패밀리 컴퓨터 헬스 시스템(FHS)라는 프로그램으로 실내에서 자전거 에르고미터를 이용해 체력측정이나 훈련을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그 연구를 계기로 브리지스톤 팀 선수를 위한 운동능력 측정 시스템을 개발하여 훈련에 활용하게 됐죠. 그리고 5년 전에는 사이클 피팅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지금은 사람과 자전거의 매칭 기술, 레이스 기자재 연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프레임에 해당되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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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스톤 입사 후, 그의 첫 업무는 비디오 게임회사인 닌텐도와의 공동연구. 실내용 자전거와 비디오 게임기를 연결해 지금의 즈위프트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이후 연구를 발전시켜 브리지스톤 사이클 팀을 위한 운동능력측정과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BRIDGESTONE

레이스 프레임은 브리지스톤 팀과도 합동연구를 했을 텐데요. 연구일화나 관련 제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경기용 프레임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사람의 신체를 연구해서 퍼포먼스를 끌어 올리는 방법을 프레임에 담아야 하죠. 인간의 힘을 자전거 동력으로 전환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집약하는 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이클링 할 때의 자세, 근육의 사용, 어떻게 페달링 하면 지치지 않고 출력을 높일 수 있는지 등등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겁니다.
몇 년 전, 브리지스톤 사이클 팀 선수들과는 자전거를 탈 때 최적의 느낌을 찾는 연구를 했습니다. ‘느낌’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구체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했지요. 연구 중에 프레임의 적정한 강성이 사이클링 시 좋은 느낌을 끌어내고, 자전거 추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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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히로 씨는 라이딩 시, 소위 ‘잘 나가는 느낌’을 추적하기 위해 자전거의 강성과 프레임 변형을 시각적, 수치적으로 데이터화했다. 사진은 프레임의 변형을 시각적으로 추적하기 위해 초고속 촬영을 준비 중인 모습. ⓒBRIDGE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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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촬영된 영상과 실시간 강성 측정치를 함께 분석해 라이딩 시 프레임 각 부위의 변형과 강성의 변화를 시각화했다. ⓒBRIDGE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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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데이터를 토대로 개발한 모델이 브리지스톤 RS9이다. RS9은 추진을 방해하는 물리량을 최소화하고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물리량을 극대화 했다고. 

프레임 개발에 앞서 데이터 수집을 위해 초고속 촬영과 프레임의 강성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는 장비들이 동원됐고요. 선수들은 시뮬레이터에서 각종 자전거를 타면서 피드백을 했죠. 이 데이터와 선수들의 피드백을 참고해 추진을 저해하는 물리량은 줄이고, 가능한 추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물리량만을 남기도록 프레임을 수십 차례 최적화했습니다. 
그렇게 개발된 프레임이 브리지스톤의 RS9 같은 탑모델 입니다. 이밖에 RL9과 트랙용 프레임 개발도 했습니다.

“우리 자전거를 타는 선수인데, 남 같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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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링 분석 중인 김청수.

한국에서 온 김청수 선수의 피팅과 테스트 라이딩을 진행하셨는데요. 외부인을 연구소에서 측정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제 업무분야는 아니지만 해외업무 파트에서 협조를 구했습니다. 브리지스톤 사이클이 일본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지만, 한국에서는 저변이 넓은 편이 아니라고 들었는데요. 한국 엘리트 선수가 모처럼 우리 자전거를 사용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신경을 쓸 수밖에요. 주니어 경기에서 출중한 실력을 보인 선수라고 들었는데, 이후 엘리트 무대에서도 브리지스톤 자전거를 타고,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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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히로 씨는 마치 코치처럼 테스트 중에 김청수의 집중력을 높이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김청수의 페달링 분석과 파워테스트로 실시하셨는데요. 분석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비교적 저부하인 95rpm 내외의 노멀 페달링에서는 좌우 편차가 거의 없이 깨끗합니다. 다만 경기 때와 같은 전력 페달링에서 왼쪽다리의 피크토크가 반대쪽 다리의 피크토크에 비하면 약간 낮아요. 왼쪽 다리의 힘이 오른쪽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니 보강운동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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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수의 노멀 페달링은 좌우의 차이가 크지 않고 아주 깨끗한 편. 하지만 단거리 선수로서의 경기력이 발휘되는 최고치에서 왼쪽 다리의 힘이 오른쪽에 비해 차이가 있어 보강운동이 필요하다는 단방처방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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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테스트는 FTP가 아니라 30초 전력 페달링으로 실시했다. FTP는 로드레이스나 중장거리 경기를 하는 라이더들의 지표이기에 짧은 시간에 판가름이 나는 무산소 영역대의 단거리 경기에 맞는 분석을 한 것. 야스히로 씨는 김청수에게 “무척 높은 파워를 지녔다. 그러나 경기 후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단기 지구력 향상에 힘쓰라”고 당부했다. 

김청수 선수는 경륜이나 1㎞ 독주 같은 경기를 주종목으로 하는 단거리 선수로 알고 있습니다. 중장거리 선수를 파워테스트 한다면 일반적으로 FTP 같은 측정을 했을 테지만, 단거리 선수여서 사전에 코치와 상의하고 30초 전력 페달링을 실시했습니다. 단거리 선수들은 이 정도 시간에 경기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죠. 김청수는 10초가 넘은 시점에서 자신의 최대 파워에 도달했으며, 페달링 기준으로 보면 10초 경 197rpm에 도달한 이후 30초에 이를 때까지 100rpm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단거리 선수로서 무척 강한 파워를 발휘하지만 후반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단기 지구력 향상에도 힘쓰면 더 높은 수준의 선수로 발전할 것입니다. 강력한 파워 이외의 장점이라면 단거리 선수 치고는 힘을 쏟은 후 회복력이 매우 빠르다는 겁니다.

“자전거는 친절하고 사려 깊습니다”

최근 브리지스톤 사이클은 글로벌 마켓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후 연구 활동을 해외 라이더들과 함께 할 계획이나, 인적 데이터를 제품과 관련지어 반영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지 궁금합니다.
사이클링관련 글로벌 브랜드들은 흔히 각국의 라이더 또는 성별에 따라, 신체 수치와 통계, 운동 데이터 등을 자사 제품에 반영했다고 말합니다. 브리지스톤 사이클은 이와 관련해 일본인과 아시아인의 데이터가 많으며, 이를 토대로 제품개발을 합니다. 다만, 서구권 선수들의 데이터는 풍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브리지스톤 사이클 팀에 소속된 프랑스인 선수를 시작으로 관련 데이터는 수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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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히로 씨는 김청수에게 테스트 분석 소견과 함께 좋은 선수로 성장하라는 덕담을 했다. 왼쪽부터 브리지스톤 사이클 제품기획담당인 후지타 코조 과장, 김청수, 야스히로 나카니시 씨.

야스히로 씨에게 사이클링이라는 스포츠는 어떤 의미인가요?
조금 철학적으로 이야기 할까요? 자전거는 달리기나 구기종목과 달리 무릎이나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고, 고령자도 즐길 수 있죠. 그래서 사이클링은 친절합니다.
자전거를 탈 때, 페달링은 단순한 움직임입니다만 라이더가 더 성숙해지려면, 그리고 레이스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그 단순함에도 스킬이 필요하죠. 그래서 사이클링은 속이 깊습니다. 
저는 이런 단순한 일을 해석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 본 기사는 현장 취재와 서면 인터뷰를 함께 정리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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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트바이시클 www.cometbicycle.com ☎(070)4337-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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