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다는 전기자전거의 드라이브 유닛으로, 시마노와 말레 스마트바이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뒤 허브 안에 모터를 내장한 말레 스마트바이크 시스템은 배터리의 부피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서 일반 자전거에 가까운 외관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로드바이크인 스컬트라와 그래블자전거 사일렉스 그리고 하이브리드 자전거인 스피더가 말레의 허브 모터를 통해서 전동화됐다. 프레임의 바텀브래킷(BB)에 모터가 연결되는 미드 모터 타입인 시마노 전동 드라이브 유닛은 e원식스티와 e원포티처럼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전기산악자전거부터 e빅나인(eBIG.NINE) 같이 본격적인 산악라이딩과 출퇴근 같은 일상 주행을 고루 추구하는 모델까지 널리 적용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메리다는 로드바이크 기반의 전기자저거는 말레 스마트바이크 시스템을, 산악자전거 기반과 시티바이크는 시마노 드라이브 유닛을 쓴다.
e빅나인은 29인치 바퀴를 사용하는 하드테일 자전거 빅나인(BIG.NINE)의 전동화 버전이다. 2019년까지의 e빅나인은 스텝스 E8000 모터에 외장형 504Wh 배터리를 사용했고, 2020년에는 프레임 디자인을 완전히 바꿔서 배터리를 다운튜브 안으로 삽입했다. 새로운 디자인이지만, 배터리 용량과 드라이브 유닛은 이전 모델과 동일했다. 2021년형 모델부터는 시마노가 E8000의 후속 모델로 선보인 EP8 시스템(EP800 모터)를 사용했다. 배터리 용량도 커져서 제품 등급에 따라 630Wh 또는 750Wh 대용량 배터리를 다운튜브 안에 수납했다.
2024년형 e빅나인은 다시 한번 사양이 업그레이드됐다. 등급에 따라서 EP801(e빅나인 775)과 EP6(e빅나인 675와 475, 400) 두 가지 드라이브 유닛을 사용한다. EP801은 EP800의 개선형 모터로, 시리즈 최고 등급 모델인 e빅나인 775에 장착된다. 최대 토크는 85Nm로 EP800과 같지만 전보다 넓은 케이던스 범위에서 최대 토크를 발휘하고 최대 순간 전력이 기존 EP800 대비 100W 증가한 600W여서, 경사가 심한 언덕이나 케이던스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모터 출력을 끌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주행 성능이 향상됐다. 구동 소음 또한 상당히 줄어서 한층 조용한 라이딩이 가능해졌다. EP801에 신형 데오레 XT Di2 변속기를 조합하면, 페달링을 하지 않고도 변속할 수 있는 프리 시프트와 자동 변속 기능인 오토 시프트 기능이 활성화된다.
e빅나인은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하드테일 산악자전거인 동시에 출퇴근 파트너나 여행용 자전거로 변신시킬 수 있는 다재다능한 모델이다. 지오메트리는 모터와 배터리 그리고 강화된 프레임이 가져오는 육중한 무게를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설정됐다. 헤드튜브의 각도를 일반 빅나인 대비 2.5도 낮추고 긴 시트스테이를 사용해서 휠베이스를 연장시키고 짧은 스템과 긴 핸들바(760㎜)를 장착했다.
알루미늄 프레임은 곳곳에 마운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다양한 액세서리를 달아 활용도를 늘리고 무대를 넓힐 수 있다. 날씨와 관계 없이 매일 e빅나인과 함께 한다면 드롭아웃 가까이 기본 설치되어 있는 킥스탠드의 파트너로 펜더 장착을 고려해 볼 수 있고, 대용량 배터리의 한계를 테스트할 수 있는 장거리 투어를 위해서 캐리어를 설치할 수도 있다.
프레임에는 최대 2.35인치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는 넉넉한 타이어 클리어런스(펜더 사용 시에는 2.25인치로 제한)가 확보됐다. e빅나인의 출고 타이어 사이즈는 2.35인치이고, 앞뒤 펜더와 뒤 캐리어 랙이 기본 사양인 e빅나인 EQ에는 2.2인치 타이어가 장착된다. 서스펜션 포크의 트래블은 100㎜이며, 낮은 스탠드오버를 통해서 키가 작은 라이더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드라이브 유닛 외에도 주행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부품이 함께 변경됐다. 이전 모델에서는 내부 폭이 20㎜인 메리다 콤프 CC 림을 사용했지만, 신형 e빅나인 775는 5㎜ 늘어난 메리다 콤프 CCⅡ 25㎜ 림을 사용한다. 와이드 림은 같은 사이즈의 타이어를 장착하더라도 넓은 접지면을 유도해서 더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36T에서 34T로 작아진 체인링은 ㎞C의 e바이크용 체인인 e12를 통해서 데오레 10-51T 12단 카세트스프라켓과 연결된다.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 앞뒤 라이트도 장착되어 있다. 전조등은 리자인 E바이크 파워 STVZO E115로 별도 배터리 없이 주행용 750Wh 배터리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 핸들바 왼쪽에 달린 SW-EN600-L 스위치를 통해서 끄고 켤 수 있다. 시트포스트에는 USB를 이용해 충전하는 분리형 후미등이 위치하고, 안장 뒤쪽에는 메리다 미니툴이 수납된다.
메리다가 발표한 e빅나인 775 M 사이즈 완성차의 무게는 23.3㎏. 테스트한 자전거는 S사이즈이며 23.27㎏(리자인 전조등과 미니툴 포함)으로 측정됐다. 구입 시 제공되는 VP페달(406g)과 킥스탠드(323g) 그리고 후미등(20g)까지 모두 장착하면 24㎏이 된다. 메리다는 자전거와 라이더 그리고 짐을 포함한 총 무게를 140㎏으로 제한하고 있다. e빅나인 775는 실크 스파클링 골드와 쿨 그레이 두 가지 색상이 있으며, 프레임 사이즈는 S, M, L 세 가지로 판매된다. 소비자가격은 650만원이다.
<Test ride impressions>
“출퇴근과 휴일 산악라이딩을 한 대의 자전거로”
김이슬(벨로몬레이싱팀 팀장)
시마노 EP8이 장착된 전기자전거를 탔던 내가 메리다 e빅나인 775을 통해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페달링이 부드러워진 점과 모터 소음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EP801은 전기자전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페달링을 자연스럽게 보조한다. 이제 구형이 된 EP8은 간헐적으로 파워가 끊기는 현상이 있어서 헛 페달링을 할 때가 있었다. 업그레이드된 EP801 모터는 이 단점을 완벽하게 개선했다. 소음 감소는 일반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다.
배터리 용량은 750Wh로 넉넉하다. 라이딩 도중 배터리가 다 닳을까 가슴 졸이던 라이더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무거운 보조배터리와 충전기(심지어 멀티탭까지)까지 지참하고 다니던 분들에게는 가장 큰 구매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배터리 용량이 충분하기에 야간 뿐 아니라 주간에도 안전을 위해서 라이트를 켜도 부담이 없다.
메리다 e빅나인은 최신 지오메트리를 반영했다. 평지에서는 허리를 많이 굽히지 않는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어서 부담감을 줄여주고, 짧은 스템과 높은 핸들바는 내리막에서 두려움을 줄여주었다. 또한 탑튜브 높이가 낮아 자전거에 타고 내리기 쉽다.
메리다 e빅나인 775는 자전거도로는 물론 산악라이딩에도 적합하기에, 한 대로 다양한 자전거 생활을 즐기기 좋은 다재다능한 모델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액세서리를 부착한다면 한층 더 깊이 있게 e빅나인 775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출퇴근용으로, 휴일에는 투어나 산악라이딩용으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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