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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크루즈 블러 3 / SANTA CRUZ Blur 3

테스트라이드산타크루즈 블러 3 / SANTA CRUZ Blur 3

글/사진 신용윤

산타크루즈? 스티브 피트(Steve Peat), 그렉 미나(Greg Minnaar), 산타크루즈 신디케이트, VP10, VP프리.

오랜 경력의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이 ‘산타크루즈’라는 브랜드 네임을 듣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름들이다. 다운힐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서 이름을 떨친 챔피언들, 그들의 팀, 그리고 트래블이 긴 간판 모델들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블러(Blur)를 꼽을 수 있겠다.

산타크루즈 2막을 연 주인공, 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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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는 산타크루즈의 VPP 시대 개막을 알린 자전거로, 단종 3년 만에 다시 라인업에 부활했다.

블러는 산타크루즈의 XC 바이크다. 걸출한 다운힐 챔피언들 덕분에 브랜드는 그래비티 이미지가 강하지만, XC 자전거 블러 또한 VP10과 함께 산타크루즈의 VPP 시대를 연 자전거다.

첫 자전거를 출시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산타크루즈의 자전거는 싱글피봇 풀서스펜션 일색이었다. 1999년, 아웃랜드 바이크로부터 리어서스펜션 시스템인 VPP(Virtual Pivot Point)의 특허를 사들여 이후 새로운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했는데, 2002년 VP10(DH)과 블러(XC)로 VPP 시대의 막을 올린다.

초기 블러의 리어휠 트래블은 115㎜, V10이 255㎜이었다. 이후 등장한 산타크루즈의 풀서스펜션 MTB들은 트래블 기준으로 블러와 VP10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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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산타크루즈 블러.

산타크루즈의 자전거 중 블러 만큼이나 같은 이름으로 파생 모델(?)을 많이 생산한 자전거가 있을까.

블러는 초기 이후, 블러 4X, XC로 분화했으며, 롱 트래블 모델 LT까지 출시했다. 2008년 출시된 블러 LT2의 리어휠 트래블이 140㎜이었으니 XC부터 트레일바이크 영역을 포함한 시리즈로 확장한 셈이다.

2000년대 중반, 프리라이드바이크 VP프리(2004년, 리어휠 트래블 215㎜)에 이어 올마운틴바이크 노메드(2005년, 165㎜)가 탄생 했지만 블러 XC(115㎜)와의 트래블 차이가 상당했기 때문에 블러 LT가 그 사이를 메웠다.

블러 시리즈는 빅 휠 시대에 들어오면서 탄생한 톨보이(29″, 리어휠 트래블 100㎜)와 5010(27.5″, 130㎜), 브론슨(27.5″, 150㎜)에게 하나둘 자리를 내주다가 2014년 블러 XC가 먼저 은퇴하고, 이듬해 블러 TR도 라인업에서 모습을 감춘다.

돌아온 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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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블러는 앞뒤 휠 트래블 100㎜, 29인치 휠을 쓰는 XC 바이크다.

모두가 퇴역했다고 여겼던 블러가 만 3년 만에 다시 현역으로 복귀했다. 블러의 부재 중 XC 영역을 맡고 있던 톨보이(29er)가 2016년 이후 트레일바이크로 변경되었기에 옛 맹주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돌아온 블러는 카본 프레임에 리어휠 트래블 100㎜, 29인치 휠을 장착한 XC 바이크가 됐다. 라인업에는 블러라고 표기했지만 산타크루즈의 자전거기록보관소(Bike Archive)에는 3세대를 뜻하는 블러3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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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블러의 VPP 시스템은 지난 은퇴(?) 시점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리어서스펜션 방식는 예나 지금이나 VPP지만, 과거와 비교해 피봇 위치가 크게 바뀌었다. VPP를 비롯한 다양한 멀티링크 서스펜션 시스템은 싱글피봇 방식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싱글피봇 방식이란, 리어쇽 체결부(완충부)를 제외하고 앞 삼각(메인프레임)과 뒤 삼각(스윙암)이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 형식을 말한다. 싱글피봇 방식은 서스펜션 작용이 일어나면 스윙암이 피봇을 중심으로 원호운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서스펜션이 압축되면 뒷바퀴 축이 크랭크셋에 가까워졌다가 원위치되면서 체인 장력에 변화를 주게 되므로 페달링 효율을 떨어트린다.

반면 VPP는 뒤 삼각을 메인프레임과 짧은 링크로 연결했다. 프레임 하단에 연결된 링크인데, 이 링크가 원호운동을 하고, 뒤 삼각은 비교적 일정한 상하 운동을 하게 고안했다. VPP에서도 하단링크의 움직임이 앞뒤로 원호를 그린다. 하지만 링크의 초기 위치를 뒤 바퀴 축과 그랭크셋 간 거리가 전체 운동위치 중 가장 짧게 설정했다. 실제 서스펜션 작용이 일어나면 크랭크셋은 가라앉으며 뒤 바퀴축과 가까운 쪽으로, 뒤 바퀴축은 크랭크셋과 멀어지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어 실제로는 체인 장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또한 하단 링크의 움직임은 작고 뒤 삼각의 상하 움직임이 크게 설계해 풍부한 휠 트래블을 만들 수 있다.

버추얼 피봇 포인트라는 이름은 싱글 피봇에 비추어 보면 드라이브 트레인 간격을 유지시키기 위해 (가상의) 피봇 위치를 계속 변경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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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링크가 BB 상단으로 이동하며 메인프레임과 스윙암 사이에 숨은 구조가 됐으며, 링크의 폭도 넓어졌다.

신형 블러의 VPP 링크는 현행 5010과 가장 흡사하다. 리어쇽이 탑튜브와 상단 링크에 걸쳐 연결됐고, 하단 링크는 메인프레임과 스윙암 사이에 완전히 숨은 구조가 됐다.

특히 BB가 하단 링크보다 아래로 이동하여 주행안정성이 향상됐으며, 링크의 폭 또한 넓어져서 비틀림 강성이 부쩍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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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블러의 지오메트리.

블러의 프레임 소재는 기본형인 C와 고급형인 CC가 있다. 두 등급의 강성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CC가 더 가볍고 강한 고급 카본을 사용한다.

지오메트리는 톨보이 2세대(XC)에 비해 리치가 크게 길어지고, 스택이 낮아졌다. M사이즈 기준 블러의 리치는 440㎜로 2016년까지 생산된 톨보이2와 비교해 50㎜이상 길다. 스택은 588㎜인데, 31.8㎜ 낮아졌으며 웬만한 하드테일보다 낮은 높이다. 헤드튜브 각도는 69도로 1.2도나 더 기울여 거친 월드컵 트레일도 소화할 수 있게 했다. 체인스테이는 432㎜로 13㎜나 짧아졌는데, 새로운 링크 방식으로 바뀌고 시트튜브 각도를 1.6도나 세운 결과다. 아울러 BB 높이와 BB드롭 또한 소폭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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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 포크는 폭스 32 스텝-캐스트 퍼포먼스 1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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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셋은 레이스페이스 AR24 림과 DT 스위스 370 허브, DT 스위스 컴페티션 스포크로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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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쇽은 폭스 플로트 퍼포먼스 엘리트 DPS 리모트를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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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와 리어쇽은 리모트레버로 동시에 잠그고 풀 수 있다.

블러의 완성차(빌드킷)는 프레임 등급과 부품구성에 따라 R, S, X01, XTR, XX1이 있는데, 본 기사에서는 S 카본 C 완성차를 시승했다.

블러 S 카본 C는 폭스 32 스텝-캐스트 퍼포먼스 100㎜ 리모트 서스펜션 포크를 사용했고, 폭스 플로트 퍼포먼스 엘리트 DPS 리모트 리어쇽을 장착했다. 휠셋은 레이스페이스 AR24 림(32홀)과 DT 스위스 370 허브, DT 스위스 컴페티션 스포크로 짰다.

크랭크셋은 스램 스타일로 7k DUB 34T, 카세트스프라켓은 10-50T, 리어 디레일러와 시프터는 스램 GX 이글이다. 브레이크는 스램 레벨 LT, 로터는 앞뒤 160㎜를 쓴다.  안장은 WTB 실버라도 프로, 시트포스트는 레이스페이스 라이드 31.6㎜가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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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셋은 스램 스타일로 7k DUB. 체인링은 34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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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변속기는 스램 GX 이글, 스프라켓은 10-500T 12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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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는 스램 레벨 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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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튜브 하부에서 BB셸까지 프로텍터가 붙었다.

완성차의 무게는 11.1㎏(실측치), 색상은 매트 카본 & 포그, 선셋 & 에그플랜트 2가지이고, 사이즈는 S, M, L, XL이 있다. 가격은 610만원.

참고로 시마노 XT 그룹셋을 쓴 XE 카본 C는 675만원, 서스펜션포크는 폭스 32 리듬, 변속부는 스램 NX 이글을 쓴 R 카본 C는 530만원이다. 프레임셋은 CC 등급만 공급된다. 가격은 4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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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주변에서 로드레이서라는 말을 하지만 십 수 년 전, 스포츠 자전거를 입문했을 때만해도 난 MTB 라이더였다. 동호인 로드레이스 팀을 운영하는 지금도 1년에 한두 차례 산악자전거 대회에 꼭 참가한다.

산악자전거와의 첫 인연은 XC 엘리트 선수였던 신동렬 때문이다. 지금도 한 동네 이웃으로 지내는 그가 산악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멋져서 비슷한 MTB를 무턱대고 산 것이 MTB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는 당시에도 풀서스펜션 XC 자전거를 탔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산 자전거는 신동렬의 것과 전혀 비슷한 자전거가 아니었지만, 보는 눈이 없던 그 때는 신동렬 것만큼이나 멋진 자전거였다. 앞뒤로 서스펜션이 달린.

격세지감, 풀서스펜션 M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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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의 첫 인상은, 과묵한 강호의 고수 같다.”

첫 자전거와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다. 산악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하고 회원들과 함께 나간 첫 대회에서 크게 낙담했기 때문이다. 하드테일 자전거들은 가볍게 슝슝 날아다니는 것 같은데, 나의 멋진 자전거는 무겁고 느렸다.

이후 난 하드테일 MTB를 탔다. 풀서스펜션 산악자전거의 기계적인 특성이나 바빙 컨트롤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지인들의 자전거를 통해서였고, 시간도 꽤 흐른 뒤였다.

산타크루즈 블러의 시승을 약속하고 은근히 기대감이 들었다. 월드챔피언인 니노 슈터는 물론이고 야로슬로프 쿨하비, 마뉴엘 퓨믹 같은 굵직한 선수들이 풀서스펜션 자전거로 월드컵을 누비고 우승하는 걸 보면서 선수들이 뛰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자전거 역시 크게 발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블러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마치 ‘이런 걸 기대했지’하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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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서스펜션 MTB를 타는 건 꽤 오랜만이다. 이번 시승에서 블러는 마치 ‘이런 걸 기대했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블러의 첫인상은 고급스럽고 차분했다. 무광 검정에 깔끔한 흰색 로고가 이제 막 산중수련을 마치고 내려온 과묵한 강호의 고수 같다. 휠 사이즈와 구동계에 있어선 내 하드테일 XC 바이크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몇 년 간 도립식 포크를 써왔기에 폭스 스텝-케스트 서스펜션포크가 오히려 낯설게 보인다.

VPP 시스템을 썼다는 블러의 뒤 삼각은 의외로 깔끔했다. 탑튜브에 달린 리어쇽 부분을 빼고는 똑떨어지는 삼각형에 링크는 앞뒤 삼각 사이로 숨어서, 겉보기에 기계적인 부담감(?)이 줄었다고 할까.

자전거를 들어보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가벼워 깜짝 놀랐다. 최고급 프레임과 부품이 아님에도 29인치 휠에 폭이 2.25인치나 되는 타이어를 달고 11㎏ 초반이라니, ‘그동안 풀서스펜션 자전거에 정말 무감각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쇽 세팅에는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선 몸무게를 기준한 세팅 값으로 앞뒤 서스펜션 공기압을 맞추었더니 체크된 세그가 적당하다. 리바운드는 앞뒤 모두 빠른 쪽으로 80% 수준으로 세팅했는데, 라이딩 내내 별 불만이 없었다. 이후 임도와 싱글트랙을 라이딩하면서 타이어 공기압을 낮춘 것이 전부다.

궂은 날씨의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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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테일에 비해 무게에서 불리한 면이 있지만, 정숙하고 뛰어난 승차감, 험로에서 안정적인 컨트롤은 장점이다.”

집에서 가까운 삼성산(경북 경산)을 라이딩하기로 했다. 삼성산은 긴 임도와 정상부에서 이어지는 싱글트랙이 많아 즐겨 찾는 트레일이다.

취재일은 아침부터 하늘이 흐렸다. 오후에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기에, 오전 중에 라이딩을 마치기로 하고 서둘러 산으로 향했다.

비는 예상보다 일찍 내렸다. 임도에 들어서며 내린 비가 금방 산 전체를 흠뻑 적셨지만, 악조건 속에서의 라이딩이 오히려 자전거 성능을 파악하는 데는 좋겠다는 생각에 라이딩을 그대로 속행했다.

블러는 도로는 물론이고 임도에서도 속도감이 나물랄 데 없다. 당연한 소리지만 하드테일보다 승차감이 좋고 정숙한데, 소위 바빙이 일어나거나 페달링에서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없다.

하드테일인 내 자전거보다 소폭이지만 더 무거운데도 힘 전달과 가속감에 있어서 불만할 수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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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싱글트랙에서 블러의 진면목이 더 확실히 나타난다.”

한 가지 의외인 것은 서스펜션 락아웃이다. 핸들바에 락아웃 레버가 있어 써봤는데, 릴리즈 한 상태가 잠금이고, 아래쪽 긴 레버를 누른 것이 풀림 상태다.

락을 걸면 앞뒤 서스펜션이 동시에 잠긴다. 알다시피 서스펜션포크의 락아웃은 완전히 잠기는 것이 아니다. 작은 충격에 대한 서스펜션 작용이 줄지만 예상치 못한 큰 충격에는 반응해서 라이더에게 전달되는 충격을 완화하고, 기재 고장을 방지하게 되어 있다.

풀서스펜션 자전거의 리어쇽도 마찬가지였는데, 노면이 안정적인 도로에서라면 모를까, 뒤 서스펜션을 하드테일처럼 만들려고 비포장 트레일에서 이 기능을 쓸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든다. 혹여 레이스 상황이라면 차이를 만들 수 있겠지만, 평소 즐기는 라이딩 스타일로는 서스펜션을 잠그지 않는 편이 한결 피로감이 줄어든 느낌이다.

젖은 노면에서 접지력 뛰어나

싱글트랙에서는 블러의 진면목이 더욱 확실히 드러난다. 등산로와 연결된 삼성산 정상부는 올라왔던 임도와 달리 모두 흙길이고, 젖으면 많은 부분이 진흙탕이 된다. 익숙하고 잘 아는 길이지만 지난 경험상, 내리막이든 오르막이든 자전거 컨트롤에 꽤 지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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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중 내린 비로 노면이 젖었다. 악조건에서 진가가 나타나리란 기대로 라이딩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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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노면이었지만 조향의 기민함이 나물랄 데 없다. 스템이 짧아 자세가 어수룩할 줄 알았는데, 보이는 것보다 블러의 리치가 길고 스택이 낮아 여느 XC 하드테일처럼 자세가 공격적이다.

임도가 끝나는 곳에서 정상 헬기장까지는 동편으로 200m 정도 싱글트랙으로 이어져 있다. 이곳에서 노면상태를 점검 삼아 업다운을 반복하며 과격한 조향과 제동을 해보았는데, 종종 미끄러짐이 있지만 다운힐에서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고, 코너링도 생각보다 안정적이라 타이어의 공기압만 조금 낮추고 라이딩을 계속했다.

본격적인 싱글트랙은 서편 능선을 따라 라이딩했다. 동편보다 나무가 적어 물을 많이 머금고 있는 곳으로 해빙기 노면이 질퍽거릴 때면 중간에 내려서 끌고 오르던 업힐이 있다. 이곳을 호기롭게 블러로 도전했는데, 거짓말처럼 미끄러지지 않고 오른다.

길을 되돌아와서 다시 오르고 내리길 반복해봤다. 오르내림을 반복할수록 노면은 진흙탕이 되었지만 미끄러지지 않고 업힐이 가능하다. 하드테일로 항상 미끄러지던 곳을 아무렇지 않게 지났다는 것이 놀랍고, 블러가 기특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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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이상하네, 이쯤에서 미끄러져야하는데······.” 진흙탕으로 변한 오르막에서도 안정적인 업힐이 가능하다.

처음엔 타이어가 좋았거니 했는데, 언젠가 읽은 ‘풀서스펜션 MTB의 트랙션 컨트롤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후륜 쪽이 단단한 하드테일은 가파른 경사나 미끄러운 노면에서 타이어가 한 번 미끄러지면 쉽게 접지력을 잃게 된다. 경험 많고 주력이 뛰어난 라이더라면 이 상황에서 감각적으로 페달링에 들이는 힘을 조절하고 무게 중심을 이동해 접지력을 컨트롤하는데, 말처럼 잘되는 것도 아니고 진흙처럼 미끈거리고 흘러내리는 노면에서는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풀서스펜션 MTB는 VPP 같이 바빙을 제어하는 리어서스펜션 시스템과 지능적으로 발전한 서스펜션(리어쇽)이 이런 상황에서도 후륜을 지면에 밀착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블러의 접지력은 다운힐에서도 무척 안정적이었다. 라이딩 초반엔 짧은 스템이 불만이었는데, 라이딩을 하다 보니 기본적인 리치가 충분히 길다. 업힐할 때 어정쩡한 자세가 될까 싶었는데, 가파른 오르막에서 일부러 안장을 바짝 당겨 앉지 않아도 충분히 힘을 쓸 수 있었고, 다운힐에서도 기민하고 조향이 여유롭다.

풀서스펜션에 대한 인식 달라져

궂은 날씨 때문에 한 코스 라이딩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블러 시승으로 산악자전거에 대한 시야가 한층 업그레드된 기분이다.

블러를 시승하는 내내 장애물을 돌파하는 능력에 있어서, 29인치 휠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했다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클라이밍에서도 풀서스펜션의 능력을 재발견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수확(?)이다. 블러 시승 전까지 만해도 XC 레이스에서처럼 업다운이 반복되는 트레일을 빠르게 공략하는 데는 풀서스펜션이 불리하다는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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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는 29er에 기대하는 험로고속주파 능력을 풀서스펜션으로 극대화했다. 또한 XC 바이크로서의 정체성도 뚜렷하다.”

블러 한 모델을 시승하고 모든 풀서스펜션 MTB로 확대해석할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서두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기대를 간단히 정리하면 ‘(풀서스펜션 XC 바이크는) 좀 더 가벼워야하고, 동력손실이 줄어야 한다’고 압축할 수 있다. 적어도 이 두 가지 면에서 블러는 내 기대를 충족한 자전거다.

또한 변화가 심한 트레일을 고속 주파해야 하는 크로스컨트리 산악자전거로서의 정체성도 명확하다.

시승한 블러 S 카본 C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브레이크 등급을 높였으면 하는 것이다. 이번 라이딩은 비 때문에 다운힐 속도가 높지 않았지만 블러에 장착한 브레이크보다 두어 등급 높은 내 자전거의 브레이크도 종종 제동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사용자의 라이딩 특성이 크게 반영되는 부분이고, 상위 등급 부품구성인 완성차가 여럿인 걸 감안하면 이 또한 크게 흠이라곤 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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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바이크 www.odbike.co.kr ☎(02)2045-7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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