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피드(SUNPEED).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인 선피드는 2012년 저스틴 선이 중국 선전에 설립한 자전거 브랜드다. 태양(SUN)같은 뜨거운 열정 그리고 빠른 속도(SPEED)를 지향한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는데, SUN은 창업자의 성이기도 하다. 선피드는 여러 유명 자전거 브랜드의 OEM과 ODM을 담당해 온 제조사로, 자체 연구개발팀을 갖춘 선전 공장에서 알루미늄과 카본을 소재로 자전거 프레임과 부품을 생산해 중국 내수시장 뿐 아니라 북미와 남미, 호주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수출 중이다. 그리고 2025년 가을, 오디바이크를 통해서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선피드는 로드바이크와 산악자전거, 전기자전거,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자전거를 촘촘한 구성으로 갖추고 있는데, 국내 첫 출시된 모델은 카본 로드바이크인 빅토리와 알루미늄 로드바이크 아스트로다. 이 중 빅토리는 프레임과 포크, 일체형 핸들바, 시트포스트에 공기역학 설계가 적용된 에어로 로드바이크로, 시마노 울테그라 Di2 그룹셋을 쓴 빅토리 익스퍼트 플러스와 105 Di2를 사용한 빅토리 익스퍼트 두 모델로 공급된다.
프레임은 토레이 T800 카본을 기본으로 사용했으며, 높은 강성이 필요한 부분에는 T1000을 사용해서 보강했다. 프레임 컬러는 ‘오즈의 마법사’와 ‘인터스텔라 블랙’ 두 가지. 테스트에 사용한 모델의 컬러가 오즈의 마법사다. 오즈의 마법사에 적용된 핸드메이드 3D 샌드블래스트 도색은 23단계의 공정을 거쳐 완성되며, 입체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빅토리 익스퍼트는 최신 로드바이크의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공기역학적인 카본 프레임과 포크, 시트포스트가 프레임 세트를 이루고, 여기에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카본 콕핏이 더해진다. 림 높이 50㎜인 카본 휠과 풀 카본 안장을 달았고, 시마노 105 Di2 전자 변속 그룹셋으로 마무리했다. 카본 휠셋과 일체형 카본 핸들바, 카본 안장은 모두 자체 컴포넌트 브랜드인 ANV 제품이다.
선피드 빅토리 익스퍼트의 소비자가격은 365만원으로, 기존의 글로벌 브랜드 자전거보다 상당히 저렴해 경쟁력이 대단하다. 무게는 L 사이즈 기준 8.1㎏으로, 105 Di2 그룹셋을 사용한 에어로 로드바이크 그리고 가격대를 감안하면 상당히 가볍다. 시마노 울테그라 Di2 그룹셋과 3D 프린트 카본 안장을 사용한 빅토리 익스퍼트 플러스는 445만원에 판매된다.

“가성비를 재정의할 때”
현주형(메리다 레이싱팀)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며 자전거 업계도 공급망 충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특정 브랜드의 자전거나 부품에 한정하지 않고,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 자전거를 오래 즐기던 사람들은 비슷한 사양의 자전거가 예전보다 대폭 인상된 가격표를 달고 있는 걸 보고는 기변을 미루게 되고, 입문자들은 절대적인 가격에 놀라 망설이게 된다. 자전거 구입 시 가성비를 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선피드 빅토리가 적절한 시기에 등장해 입문자들을 노리고 있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지만 큰 맥락으로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 전기차가 매력적인 패키지에 국산 또는 유럽과 미국산 전기차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표를 달고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다른 많은 부분에서 중국 상품이 급속히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처음에는 단지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금은 가격과 품질 모두 만족시키는 상품이 많다. 아직은 낯선 브랜드, 선피드는 어떨까?
시승을 위해서 만나본 모델은 선피드의 2세대 에어로바이크 빅토리 익스퍼트다. 시마노 105 Di2 그룹셋을 썼고, 핸들바와 시트포스트 그리고 안장까지 모든 컴포넌트를 선피드의 자체 브랜드 ANV 제품으로 통일했다. 카본 프레임의 소재가 인상적인데, 토레이 T800과 T1000을 사용했다. T1000은 가벼우면서 높은 인장강도를 가진 고급 카본 섬유로 유명하고, T800은 성능과 무게를 고루 만족시킨다. 선피드에 따르면 T800을 주로 사용하고, 높은 강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T1000을 사용했다고 한다.
시승한 빅토리 익스퍼트의 프레임 색상 이름은 ‘the Wizard of Oz’, 우리말로 오즈의 마법사다. 자개가 연상되는 오묘한 도색인데, 볼수록 그리고 빛을 받은 정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줘서 매력적이고 마감 또한 뛰어나다.
30c 타이어가 기본으로 장착될 정도로 넉넉한 타이어 클리어런스와 풀 인터널 타입 일체형 카본 핸들바로 트렌드를 따르며, 안장은 레일 외에도 베이스까지 카본으로 만든 풀 카본 타입이다.
초기 에어로바이크는 공기역학에 집중한 나머지 승차감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높은 공기역학성능과 승차감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자전거 기술이 꾸준히 발전 중임을 입증하는 부분이 바로 승차감의 향상이라고 생각한다. 로드바이크가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가벼워지고, 보다 공기역학적이며, 강성 또한 향상되거나 최적화되는데, 승차감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프레임과 포크 그리고 시트포스트 그리고 핸들바의 형태와 카본 적층 구조에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고, 디스크 브레이크 도입 이래 림 모양의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전보다 훨씬 폭이 넓은 림 그리고 그 림에 맞춘 넓은 타이어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시승은 블라인드 테스트였다고 생각한다. 자전거 종류와 사이즈만 전달받았을 뿐, 자세한 스펙과 브랜드의 배경 그리고 가격 또한 알 수 없는 상태로 라이딩을 했다. 평소 자주 달리는 코스를 지나며 여러 가지를 확인해 봤다. 자전거를 의도적으로 흔들었을 때 안정적인지, 댄싱이나 스프린트를 위해서 안장에서도 일어나고 앉는 과정이 자연스러운지, 노면이 거친 구간에서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평소 자전거를 평가할 때 보는 부분에 집중했다.
선피드 빅토리 익스퍼트는 에어로 자전거면서 승차감이 뛰어나고, 순간적으로 강한 페달링을 반복하며 반복해 속도를 올리거나 긴 언덕에서 댄싱을 할 때는 다리의 입력에 맞춰서 반응해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노면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줬고, 굵직한 BB셸과 헤드셋이 주는 강성감이 좋다. 카본 일체형 핸들바도 형태와 부하를 줬을 때 버티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L 사이즈의 무게가 8.1㎏인데, 50㎜ 카본 휠과 시마노 105 Di2 그룹셋임을 고려하면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시승이 끝나고, 빅토리 익스퍼트의 가격이 얼마일지 맞춰보라는 질문을 받았다. ‘음…. 아마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자전거여서 물어보는 거겠지?’ 비슷한 사양과 무게인 로드바이크를 몇 대 생각해보고 그보다 한참 낮은 가격인 500만원 정도일 것 같다고 대답했는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365만원. 고급 카본으로 만든 프레임과 포크, 충실한 카본 파츠를 고려해봤을 때 경쟁력이 대단하다. 가격을 먼저 알고 테스트를 한 것이 아니라, 먼저 자전거와 땀을 흘리며 주행성능을 확인한 후에 알게 된 가격이라 더 놀랍다.
선피드 빅토리 익스퍼트는 처음 로드바이크를 구입하려는 입문자 뿐 아니라, 꾸준히 라이딩을 이어오면서 그란폰도와 레이스에 참가 중인 라이더에게도 여러 면에서 만족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가성비의 기준이 새로 만들어졌다.
■ 오디바이크 www.odbike.co.kr ☎(02)2045-7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