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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에 모든 것을 쏟다. 어윈 & 트리곤

특집카본에 모든 것을 쏟다. 어윈 & 트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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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제조사 탐방 두 번째 특집은 카본 프레임과 컴포넌트 전문업체를 소개한다. 휠셋 전문 브랜드 어윈 사이클링과 우리나라에서 다크니스 시리즈로 유명한 카본 스포츠 자전거 브랜드 트리곤이다.

카본에 대한 오해

오늘날 스포츠 자전거 소재의 주류는 단연 카본이다. 프레임은 물론 핸들바와 스템, 안장 같은 컴포넌트와 휠셋까지 그 쓰임은 날로 늘어가고 보편화되고 있다. 
바이크왓은 이미 여러 기사를 통해 개괄적으로나마 카본 프레임과 컴포넌트의 제작과정을 소개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금속을 능가하는 내구성과 강성, 뛰어난 성형자유도 등 카본의 장점을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한눈에 카본 제품의 제작과정이나 특징을 인식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카본에 대해 ‘경량화를 위한 소재’, ‘금형에 넣고 펑펑 찍어낸다’, ‘딱딱하고 가벼워 약하다’ 같은 오해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에 카본 전문업체인 어윈 사이클링과 트리곤을 통해 카본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스포츠 자전거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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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휠셋 전문 브랜드 어윈 사이클링(Irwin Cycling)은 현 대표인 마이클 첸의 아버지가 1985년 설립한 자전거 OEM 생산업체로 시작했다. 마이클 첸(Michael Chen)은 젊은 시절, 미국에서 대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현지 항공우주산업에 종사하다 20여 년 전 대만으로 귀국해 가업을 이어 자전거업계에 몸담았다. 그는 공학자로서 자전거와 관련 제품의 개발을 대행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전거에 카본의 쓰임이 늘어나자 이를 이용한 제품개발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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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윈 사이클링은 본사는 타이베이에(사진), 공장은 창화에 있다.
마이클 첸은 과거 항공우주산업에서의 경험으로 금속을 능가하는 강성과 내구성을 부여할 수 있는 카본이 차세대 스포츠 자전거의 소재가 될 것을 확신했다. 또한 제품의 형태를 만드는데 있어 금속에 비해 많은 제약이 사라진다는 것 또한 공학자인 그에게 매우 흥미로 점이었다.
여러 가지 자전거부품을 연구하다 카본 휠셋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많은 부품 중 왜 휠셋을 꼭 집어 선택했는가?’라는 물음에 “난 어떤 제품을 만들든지 안전을 최우선 시 하는 사람이다. 휠셋은 라이딩을 할 때 쉼 없이 움직이는 부품이므로 시시각각 상태가 달라지고, 취약점이 나타난다. 주행 중 휠이 불안하면 자전거를 믿고 탈 수 없고 많은 사고가 날 텐데, 이런 취약한 부분이야말로 공학자인 내가 도전할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한다. 그는 2004년 휠셋 전문 브랜드로 ‘어윈 사이클링’이라는 이름을 내건다.

업계가 인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자체 브랜드를 시작했지만 라인업을 갖춰 공격적인 마케팅보다 점증적이면서도 안전한 성장을 선택했다. 대만 내 여타 자전거업체에 관련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브랜드를 앞세우면 과도한 경쟁을 일으킬 수도 있고, 이런 무모한 경쟁은 스스로나 고객사에 모두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마이클 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의 자전거업계는 경쟁구도이기보다 친구 같은 관계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가 상부상조하는 거죠.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하지만 반대로 그 회사에서 납품을 받아 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린 덜 경쟁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덕목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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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윈 사이클링은 대만 내에서 판매를 하지 않으며 자사 브랜드로는 모두 해외 수출만 한다. 
누군가와 싸워 이기는 것보다는 업계의 인정을 받는 것이 사업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척도라는 것. 때문에 다른 업체의 제품을 위탁생산하며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제품동향과 마케팅 관련 정보도 축적했다. 그렇게 10년을 보내자 관련 업체에서 어윈 사이클링의 품질을 인정하며, 브랜드를 앞세워 더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해보라는 권유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어윈 사이클링은 대만 내에서 자신들의 브랜드로 유통을 하지 않는다. 자체 브랜드로는 전량 해외 수출만 하며, 다른 기업에겐 OEM과 ODM 서비스를 제공한다. 

탄탄한 기술력은 기본

어윈 사이클링은 타이베이 본사에서 해외업무와 연구개발을 하고 창화시에 위치한 공장에서 카본 림을 생산한다. 이번 취재에서 어윈 사이클링은 카본 림 제작공정 일부를 취재진에게 공개했으며 마이클 첸 대표가 직접 현장설명을 했다.
※어윈 사이클링 공장에서는 카본 원사를 이용한 프리프레그의 제작, 카본 림의 적층, 열성형, 스포크 홀의 천공 등을 견학할 수 있었는데, 몇몇 공정의 촬영이 제한되어 일부 사진은 어윈 사이클링이 제공한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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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섬유를 침착시켜 프리프레그를 만드는데 쓰이는 레진의 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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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을 만들기 위해 카본 원사를 풀어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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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낸 원사는 직조기를 거처 섬유화가 되는 동시에 레진에 침착됐다가 롤러를 거치며 불필요한 레진을 제거한 뒤, 스티커처럼 앞뒤가 필름에 합지된 상태로 나온다.
 
카본원사는 직조기를 통해 원단형태로 가공되며, 곧바로 뜨겁게 녹인 레진을 침착시켜서 프리프레그로 만든다. 프리프레그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누는데 원사를 한 방향으로 정렬시킨 단방향(Unidirectional) 프리프레그와 원사를 일정 너비로 교차시킨 우븐(Woven) 프리프레그다. 
레진이 침착된 프리프레그는 사용의 편의성을 위해 안쪽은 스티커에 쓰이는 것과 같은 매끈한 종이로 외부는 합성수지필름과 합지한다. 어윈 사이클링은 바로 쓸 만큼만 만들어 사용하지만 프리프레그를 대량으로 조달해 쓰는 업체의 경우에는 화학적인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냉장보관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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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원사를 교차해서 원단으로 만든 우븐 프리프레그(위)와 한 방향으로 길게 정렬시킨 유니다이렉셔널 프리프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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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프레그는 설계에 따라 작은 조각으로 재단되어 겹겹이 쌓아올려 제품을 만든다.
제품을 적층하기 위해서는 프리프레그를 설계에 맞춰 옷을 만들 때처럼 재단하는데, 기능과 용도에 따라 재단방향이 다르다. 림은 원형이고 림월에 따라 높이와 굴곡이 있어서 단번에 원형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원호나 사다리꼴 형태로 재단한 프리프레그가 많다. 이렇게 재단한 프리프레그를 쌓아서 림을 만들게 된다. 림 높이가 높은 하이프로파일 림 같은 경우엔 적층 후 금형에 넣고 림 높이가 낮은 경우에는 금형에 넣으면서 적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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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림을 성형하기 위한 금형. 한 쪽은 림과 같은 형태인 원형이고 다른 한 쪽은 4개 또는 8개를 조합해 하나의 금형으로 맞추는 것이 프레임이나 일반 컴포넌트의 금형과 다른 점이다. 이래야 원형인 림을 손상 없이 분리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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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형이 준비되면 브레이킹 트랙 위치에 세라믹 프리프레그를 먼저 올린다. 세라믹 프리프레그는 브레이크 패드와의 마찰열이 림 내부로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어윈 사이클링의 독자 기술이다.
 
마이클 첸은 금형을 준비하던 직원이 폭이 좁고 얇은 프리프레그를 금형에 돌려가며 부착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저 작업이 브레이킹 트랙에 세라믹을 레이업하는 겁니다”한다. 
로드바이크 카본 휠셋의 경우, 열변형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열변형이란 브레이킹 트랙과 패드 간의 마찰열에 의해 카본에 사용 한 레진이 화학적으로 변형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긴 내리막을 내려가며 지속적으로 제동을 할수록, 라이더의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발생확률이 높다. 이렇게 열변형이 일어난 휠셋은 제동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클린처 휠셋의 경우, 림 내부까지 열이 전달되어 타이어 안의 공기압을 높이게 되고 타이어가 타이어 베드에서 이탈되는 현상까지 발생될 수 있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최근에는 열에 강한 레진을 사용하는데, 이는 레진의 화학적 변형을 막을 수 있으나 열이 타이어 베드 내부로 전달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 이에 어윈 사이클링은 브레이킹 트랙 맨 바깥쪽에 세라믹을 섬유화한 프리프레그를 입혀 내부로 열이 전달되는 것까지 방지한다는 것.
마이클 첸 대표는 과거 항공우주산업에서의 경험으로 항공기나 우주선이 세라믹을 이용해 열전달을 막는 것에 착안, 이와 같은 공법을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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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월이 높은 하이프로파일 림은 적층 후에 금형에 넣고 로우 림은 금형에 직접 적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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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형을 마친 카본 림. 사진에서 삐쭉삐쭉 튀어나온 반투명한 막들이 레진이다. 열성형 시 림 내부에 고압의 공기를 불어넣기 때문에 카본섬유들이 점착되며 불필요한 레진들이 튀어나온 것. 이것을 연마하고, 스포크 홀을 낸 후 데칼을 붙이고 도색을 한다. 
적층작업은 제작하는 림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손이 빠른 숙련자의 경우 한 제품을 마치는데 평균 3시간 정도 걸린단다. 이후 금형에 넣은 제품을 열성형하는데, 성형 중에는 제품 내부에 고압의 공기를 불어넣어 불필요한 레진이 빠져나오면서 적층한 카본 레이어들이 잘 점착되도록 돕는다. 성형을 마친 제품은 불필요한 레진을 연마한 후 CNC 드릴머신에 넣어 정밀하게 스포홀을 뚫은 뒤 데칼과 마감 도장을 하게 된다. 

철저한 품질관리 

공장 견학을 마친 후, 마이클 첸은 “독보적인 기술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허브보디나 스포크 등 각기 다른 공장에서 만든 것들을 납품받아 조립과정을 거쳐야 실제 제품이 되는 것인데, 부득이 일부 제조공정만 보여주게 되어 아쉽습니다. 안전한 제품을 추구하려면 제품의 조립단계나 이후 품질테스트가 더 중요하거든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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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의 성형도 중요하지만 휠은 스포크와 허브가 조합되어야 완성되기에 조립과정과 검품이 더 중요하다고.
이렇듯 마이클 첸은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부터 품질과 안전성에 대해 많은 강조를 했다. 앞서 언급한 열변형과 관련해서 테스트할 수 있는 장비를 고안했는데, 테스트 시에는 바퀴에 80㎏의 중량 부하를 주고, 시속 40㎞의 속도에서 6분간 60㎏의 힘으로 브레이크를 잡은 뒤에 림 표면과 내부의 열을 체크하고, 전체적인 내구성을 파악한다.
많은 업체들이 일반적인 제동실험을 할 때 20~25초를 넘지 않지만, 어윈 사이클링은 열변형에 있어서 사실적인 측정을 위해 동서양의 라이더들의 평균 몸무게를 고려하고 다운힐 시 제동에 쓰는 힘을 가정해 이를 토대로 실험을 진행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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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첸 대표가 고안한 열변형 테스트 기기. 필드 테스트에서 할 수 없는 정량적 변화를 반영해 실험할 수 있다. 현재 어윈 사이클링의 카본 휠은 80㎏의 라이더가 시속 40㎞에서 6분간 60㎏의 힘을 주어 제동을 지속했을 때 이상 없이 품질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런 꼼꼼한 품질관리 덕에 최근 몇 년 사이 어윈 사이크링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호주, 말레이시아, 태국, 아랍에미리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는 물론 2015년에는 한국에도 진출했다. 
취재를 마치며 마이클 첸에게 지금까지 어윈 사이클링을 이끌어 온 비결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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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엄해야 타인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마이클 첸 대표.
“좋은 파트너들을 만났으니 그들로부터 우리 제품에 대해 허심탄회한 목소리를 듣기를 원합니다.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평가만 받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우리 스스로에게 엄하고 까다롭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준을 지켜가겠습니다. 어윈 사이클링은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더 진취적인 브랜드가 되도록 노려할 겁니다. 내부적으로 스폰서십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형 브랜드는 아니지만 우리의 기술과 품질이 지금처럼 꾸준히 성장한다면 스폰서십을 통해 더 큰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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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초, 자이언트에는 카본 하이엔드모델에 대한 개발과 사업타당성을 연구하던 팀이 있었다. 당시는 알루미늄이 스포츠자전거의 신소재였고, 고급 모델의 경우 티타늄이 주류였던 시절이어서 이 팀은 회사 내에서 입지가 크지 못하고 사업추진과 성과도 늦은 편이었다. 그러나 뼛속까지 엔지니어였던 이들은 향후 카본이 금속을 대체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더 진취적인 생산 활동을 위해 퇴사 후 함께 회사를 창업한다. 

장인중심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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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평방미터(약 1000평) 면적의 트리곤 공장은 부분적으로 복층화되어 다양한 생산시설이 나뉘어 있다. 사진은 교육장(위 왼쪽), 품질관리부(왼쪽 아래), 도색부(오른쪽 아래 부스)가 있는 공간인데, 이처럼 보이는 공간이 크게 2군데가 더 있다. 
이 회사가 바로 현 대표인 에릭 리(Eric Lee)를 비롯, 기술자 5명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카본 스포츠 자전거 제조사 트리곤이다. 우리나라에서 다크니스 시리즈로 유명한 트리곤은 타이중 다지아(타이중 북서쪽 해안지구)에 본사가 있다.
카본에 대한 업계의 인식조차 없었던 설립 초기, 어려움도 많았으나 스스로 개척한 확고한 기술을 무기로 90년대에 이미 프리미엄 사이클 브랜드들의 하이엔드 프레임과 부품들을 제작하고 공급한 업체다. 그 명성은 트리곤의 공장 문턱만 넘어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가 한눈에 알아볼 정도의 유명 브랜드들의 최신 카본 프레임과 부품이 트리곤 제품과 나란히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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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동 직원의 PC엔 3D 모델링이 한창인데, 경리부 같은 일반 사무직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트리곤 본사는 5220평방미터 부지에 3300평방미터 면적의 공장이 있고, 쇼룸과 제품 테스트실을 겸비한 2층짜리 작은 사무동이 딸려 있다. 엔지니어들이 만든 트리곤은 일반 사무직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무실 직원들 PC에는 카본 프레임의 3D 모델링이 한창인데, 이 회사에 과연 경리나 회계부서 같은 곳이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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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프레그의 재단과 제품의 레이업 공정을 하는 적층부.  
생산부서는 크게 카본 프리프레그를 재단, 레이업하는 적층부, 카본 적층물을 제품화하는 성형부, 제품의 데칼과 페인팅을 담당하는 도장부, 검품과 물류를 담당하는 품질관리부로 나뉘는데 창립멤버 4명이 이 부서들의 수장이며, 에릭 리는 회사대표이자 총무와 대외업무를 담당한다.

프레임, 카본 조각 200개 이상 모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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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해놓은 단방향 카본 프리프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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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층부 직원들은 각자 맡은 다양한 부품들을 적층 중이었다. 사진은 포크를 적층 중인 장면인데, 선반 상단을 보면 적층물 내부에 들어가는 공기주머니가 보이고, 선반 하단에는 적층순서대로 재단해 정렬해놓은 프리프레그 조각을 볼 수 있다.    
에릭 리 대표에게 트리곤의 기술과 특징을 묻자, “말 몇 마디로 설명하기 힘드니 함께 회사를 둘러 봅시다” 한다. 
밖에서 보면 하나의 건물로 보이는 공장은 내부에 여러 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2층은 프리프레그를 잘라 재단하고 재단한 조각으로 제품을 적층을 하는 곳이다. 에릭 리 대표는 카본 적층과정을 레고 블럭에 비유했다.
“레고 블록 하나를 보면 단지 네모난 조각이지만 설명서대로 하나씩 쌓으면 자동차가 되기도 하고 우주선이 나오기도 하죠? 카본 자전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카본섬유 조각을 겹치고 쌓아서 만드는 거죠. 카본 조각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제품에 있어서 어떤 조각은 기둥역할을 하고 어떤 조각은 다른 조각과의 연결을 맡는 등 각각 제 역할이 있습니다. 자전거의 장르와 설계의도에 따라 카본의 종류는 물론 조각의 모양과 개수가 천차만별인데요. 카본 로드바이크 프레임의 경우 이런 조각이 적게 잡아도 200개 이상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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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셸처럼 형태가 복잡한 부분은 본 적층 전에 가적층 후 합치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프레임의 각 튜브가 만나는 BB셸이나 전면부는 비틀림 강성, 수직 강성 등 다방향에서 미치는 힘이 크기 때문에 더 정밀한 적층과 성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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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셸이나 전면부는 프레임 형태로 만든 실리콘 틀에 솔리드 스틱을 넣고 가적층을 한다. 이후 탑튜브나 다운튜브를 적층하기 전에 솔리드 스틱을 빼내고 공기주머니를 넣는다. 열성형 시 합성수지 공기주머니는 자연스럽게 녹아서 레진에 스며들지만 실리콘 틀은 열에 강해 마지막까지 고른 압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적층물의 내부를 변형 없이 매끈하게 만든다. 이 실리콘 틀은 성형 후 빼낸다.    
대부분의 카본 적층물은 입체이기 때문에 내부공간에 호스가 연결된 공기주머니나 실리콘 등을 놓고 적층한다. 단순한 형태의 부품은 합성수지 공기주머니를 넣고, 복잡한 형태와 다방향성 강성이 요구되는 부분은 정교한 실리콘 틀에 솔리드스틱(적층 후 제거)을 넣어서 적층한다.
열성형 시 이 공기주머니와 실리콘에 고압의 공기를 불어넣어 프리프레그 조각들이 서로 꼭 달라붙게 한다.

꼼꼼한 검사만이 품질 유지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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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휠을 금형에 적층해 넣은 모습. 
적층을 마친 제품은 제 형태를 만들기 위해 금형에 넣어 열성형을 한다. 열성형은 적층된 프리프레그의 레진이 뒤엉키면서 카본섬유가 서로 점착되도록 하는 작업이다. 적층물을 금형에 넣고 적층 시 내부에 넣어 놓은 공기주머니에 고압의 공기를 불어넣어서 프리프레그 조각들이 빈틈없이 꼭 붙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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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형에 넣은 적층물을 고온으로 열성형하고 있다. 금형에 연결된 호스는 적층 시 내부에 넣은 공기주머니로 고압의 공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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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형을 마친 프레임 앞 삼각. 튀어나온 레진을 연마 후 뒤 시트스테이와 체인스테이를 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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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을 마친 부품들은 불필요한 레진을 제거하고 표면을 깨끗이 정돈하기 위해 연마하는데 분진이 많아 집진기와 마스크는 필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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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딩을 마친 핸들바. 굳히는 과정 동안 움직임 없이 틀에 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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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딩과 양생을 마친 스템 일체형 한들바. 표면을 정리하는 연마과정을 다시 한 번 거친다. 
  
열성형을 마친 부품들은 성형 시 빠져나온 불필요한 레진들을 연마하는 작업을 한다. 이후 프레임의 경우엔 앞뒤 프레임을 붙이는 접착과 양생공정을 거친다. 드롭바도 마찬가지인데 핸들바 상단과 아치부분 등을 접합하고 굳히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까지 바쁘게 설명하던 에릭 리 대표는 생소한 기계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기계에는 직원이 핸들바를 신중하게 거치시키며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 장난감 만들듯이 설명했지만, 그 품질은 금속부품을 상회합니다. 시제품을 만들면 EN 기준을 넘는 테스트를 반복하고, 본딩과 양생과정을 마친 제품은 일정 생산량마다 무작위로 샘플을 뽑아 비파괴 검사를 진행합니다. 이 샘플들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야 함께 생산된 제품들도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서 로고를 붙이고 도색을 할 수 있죠. 지금 이 과정이 바로 비파괴 검사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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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생산량마다 도색 전 제품에서 샘플을 뽑아 비파괴검사를 한다. 이를 통과해야만 샘플과 함께 생산했던 나머지 제품도 데칼을 붙이고 색을 입혀 완성품이 될 수 있다.  
비파괴검사는 품질관리(QA)부에서 진행하는데, 창업멤버인 조 창(Joe Chang) 부서장이 직접 시행한다. 검사를 마친 제품들은 도색과 데칼링을 한 후 다시 검품과정을 거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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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제품의 시제품이 나오면 EN 기준에 따라 충격 테스트와 강성 테스트를 실시한다. EN 기준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수정을 한다고. 이런 테스트는 시제품뿐만 아니라 일정 생산량마다 비파괴 검사와 별도로 실시해 확인한다.

우리만의 공방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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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데칼과 색을 입히게 된 부품들.
기자는 서두에 트리곤을 ‘카본 전문 업체’가 아니라 ‘카본 스포츠 자전거 제조사’라고 소개했다. 그 이유는 트리곤이 자전거로 시작해 자전거만 꿈꾼 이들이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공장견학을 마무리하면서 취재진은 에릭 리에게 “힘들고 까다롭고, 노동집약적인 사업이네요. 더 편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빙긋 웃는 얼굴로 기자의 어깨를 툭 치곤 이렇게 말한다.
 
“설립 20년이 넘었지만 카본은 그 때나 지금이나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입니다. 대만에선 힘든 일 싫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 하나 둘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죠. 현재는 대만 내에서 카본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고,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자전거만 고집한 업체, 스스로의 브랜드를 고집한 업체는 우리 밖에 없어요. 카본을 노동집약적이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단순하지 않습니다. 보셨다시피 카본섬유를 무턱대고 금형에 집어넣는다고 자전거가 되지 않아요. 전문성이 많이 필요하죠. 지금도 직원들에게 매달 새로운 교육을 시키고 있어요. 카본과 자전거 기술은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배우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거든요. 
쉽게라······. 우린 자전거로 시작한 기술자 다섯이 창업했어요. 소재가 카본이니까 첨단산업에 화려한 것을 상상할 텐데, 우린 처음에 작은 이탈리아 자전거공방 같은 걸 꿈꿨죠. 이탈리아는 스틸이지만 우린 카본으로 만드는 우리만의 자전거공방. 대량생산으로 많은 이득을 창출하기 보다는 확실한 품질을 위해서 꼼꼼한 작업으로 트리곤만의 자전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쉽게 할 것 같으면 이렇게 고집부리지 않았겠죠” 말을 마친 그의 눈이 촉촉이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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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곤의 생산직 사원들은 150명이 넘는다. 넓은 공장에 수많은 카본제품들에 묻혀 눈에 띄지 않았을 뿐 많은 이들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초기 창립멤버를 포함해 총 12명의 사원이 전부였던 트리곤은 이제 생산직 직원만도 150명이 넘는 확실한 중견기업이 되었다. 이제 누가 보더라도 ‘공방’수준은 한참 넘어 보임에도 그의 초심을 여실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리곤에 담긴 3가지 신뢰

트리곤을 나서며 에릭 리에게 그의 경영철학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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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리 트리곤 대표는 자신을 트리곤의 다섯 사장 중 1명이라고 말한다. 그는 4명의 동료들과 카본으로 만드는 자신들의 자전거공방을 꿈꿨다고.
“난 트리곤의 다섯 사장 중 하나입니다. 내 경영철학이랄 건 아니고, 트리곤에서 일하는 모든 이의 철학이죠. 우린 고속성장 보다는 안정적인 저속성장을 추구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게 좋은 것 같지만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역량이 그에 못 미치면 성장이 멈출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또 하나, 잘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자전거를 만들지만 자전거에 그려 넣는 문양이나 한국에서 인기 있는 자전거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리 손에서 트리곤의 자전거를 완성시키지 않습니다. 
한국의 코메트바이시클과 오랫동안 협업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중에 하나죠.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그래픽을 코메트바이시클이 디자인하면 우린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중국과 이탈리아에서 유통되는 트리곤의 자전거도 이 같은 형태가 많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보낸 프레임들이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부품들을 적용해 조립되면 비로소 트리곤의 자전거가 현지에서 완성되는 거죠. 이는 우리를 믿고 맡겨준 코메트바이시클의 신뢰, 우리의 자전거를 한국인들에게 잘 완성시켜 줄 것이라는 트리곤의 신뢰, 그리고 트리곤의 자전거를 믿고 구입해주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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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한국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요청하면 정성스럽게 카본 프레임을 만들어 주고, 한국의 우리 파트너들이 현지에 완성된 자전거로 만드는 거죠. 서로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트리곤은 대만과 한국을 포함해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스웨덴, 태국, 호주, 체코, 그리스의 공급사와 같은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으며, 작지만 세계 최고의 카본 자전거라는 말을 듣기 위해 오늘도 땀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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