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자전거 회사 브롬톤이 만드는 자전거 '브롬톤'은 사각형으로 접히는 매력적인 자전거다. 작고 견고하게 접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연계한 통근이나 보관 시 용이하며, 브롬톤만의 독특한 러기지 시스템으로 여행에도 애용된다.
브롬톤은 스테디셀러 자전거다. 단일 모델로 꾸준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전 세계 마니아 층도 두텁다. 통근용 자전거로 시작해 지금은 여행, 캠핑 등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졌다. 특히 올해 전기자전거 버전인 E-브롬톤의 출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그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는 오랫동안 브롬톤을 애용하고 있다. 브롬톤 초창기 버전은 아니지만 품질이 안정화됐을 때 생산된 2000년대 초기 버전이다. 당시 기자가 브롬톤을 선택한 이유는 견고하고 작게 접히는 점과,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끌려서였다. 그런 이유일까 한국의 브롬톤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브롬톤의 창시자 앤드류 리치는 한국과 일본의 브롬톤 부품과 용품 시장이 가장 크며 튜닝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롬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앤드류 리치는 1975년 브롬톤을 개발했다. 앤드류 리치가 브롬톤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호주의 빅커튼(Bickerton)이란 접이식 자전거가 큰 역할을 했다. 빅커튼은 현재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2단 접이식 시스템의 원형이다. 메인 프레임을 반으로 접어 앞뒤 바퀴를 중첩시키는 방식이었다. 프레임이 절반으로 접히기는 하지만, 빅커튼은 폴딩 시 부피가 제법 크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도 빅커튼의 후예들은 접었을 때 공간을 많이 차지하거나 접힌 상태에서 자전거가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는 불편함이 발생하고 있는데, 당시 빅커튼을 본 앤드류 리치는 '내가 만든다면 더 편하고 효율적인 자전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새로운 접이식 시스템 개발을 시작한다. 그의 구상은 앞뒤 바퀴를 프레임 중앙으로 모아 최대한 공간을활용하는 디자인이었다. 접었을 때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아 다시 펼쳐지는 불편함도 개선한 디자인이었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까지 많은 디자인 설계가 이뤄졌다.
앤드류 리치는 2012년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앞뒤 바퀴를 모두 아래로 접는 디자인이었다가, 힌지(Hinge)와 내구성 문제로 최종 설계안은 바퀴를 옆으로 접어 겹치는 형태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첫 프로토타입에는 18인치 휠이 달렸었다. 18인치 바퀴는 라이딩 시 이점이 많았지만 접었을 때는 단점으로 나타났다. 큰 바퀴가 접을 때의 부피를 크게 만든다는 점에 주목해, 3번째 프로토타입부턴 16인치 바퀴를 적용했다. 16인치 휠 적용 모델은 컴팩트하게 접을 수 있어 편리해졌다. 앤드류 리치는 1975년부터 79년까지 총 4대의 시제품을 만들었고, 1981년에 브롬톤의 폴딩 시스템을 특허 등록했다.
앤드류 리치는 네 번째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영국 롤리(Raleigh, 라레이) 사에 찾아가 의뢰했다. 롤리는 브롬톤에 흥미를 보였지만 제품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4개월 간 많은 자전거 회사를 방문하고 제작자를 찾아 나섰지만 대부분 거절당했고, 결국 1981년 직접 브롬톤을 생산하기에 이른다. 이후 힌지 회사의 부도로 브롬톤 생산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1984년 영국 네임 오디오를 설립한 줄리안 베레커(Julian Charles Prendergast Vereker)의 도움으로 브롬톤을 재생산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브롬톤은 1988년 브롬톤 공장을 건립하며 대량생산에 성공하게 된다.
1992년 엔드류 리치는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대만의 유로-타이라는 회사와 네오바이크란 합자 회사를 만들어 대만에서 브롬톤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이 제품을 국내에서는 ‘대만톤’이라고 불렀는데, 영국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저렴했으나,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 결국 라이센스 계약이 만료되는 2002년까지만 생산됐다.
브롬톤을 구입할 때 헷갈리는 부분이 바로 제품명이다. S6R, P6L 등등 알 수 없는 알파벳이 가득이다. 제품명의 알파벳과 숫자는 핸들바 형태와 기어단수, 짐받이 유무를 나타내는 것으로 S, M, H, P는 핸들바 형태를 의미한다. S는 플랫바이며, M은 M자 형태와 유사한 고전적인 라이저 바를 말한다. H는 M바를 60㎜ 높인 버전이며. P는 2단으로 된 멀티 핸들바로 다양한 라이딩 포지션을 만들 수 있다.
숫자 1, 2, 3, 6은 변속 가능한 기어 단수다. 모델명 마지막에 붙는 알파벳 E, L, R은 머드가드와 짐받이 유무를 의미한다. E는 머드가드가 없는 모델이며, L은 앞뒤 머드가드와 펌프를 단 모델, R은 앞뒤 머드가드와 펌프, 짐받이를 단 모델이다.
브롬톤 프레임은 강철(크롬몰리브덴강)로 제작된다. 강철은 강도와 경도가 좋고, 내식성, 내마모성 등이 우수해 오랜 기간 동안 자전거 프레임으로 사용된 소재다. 브롬톤에 사용되는 강철은 프레임 내 외부에 부식방지 코팅이 더해져 내구성을 높다.
프레임을 이루는 튜브는 기존의 용접방식(모재와 모재의 접합부에 용접봉을 대고 고온으로 모재와 용접봉을 녹여 접합부 틈을 매우는 방식)이 아닌 브레이징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접합체(용가재)로는 황동이 사용된다. 브레이징은 모재를 녹이지 않고 용가재만 저온으로 녹여 모재와 모재를 접합하는 용접 기술이다. 다른 말로 경납땜이라고도 한다. 브롬톤이 브레이징을 하는 이유는 튜브의 열변형과 물리적 특성이 변함을 최소화해 강도, 내구성 등의 기본 특성을 유지할 수 있고, 더 얇은 튜브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브롬톤은 메인 프레임, 리어 스테이, 포크, 스티어러튜브(스템) 모두 크롬몰리브덴강을 사용한다. 프레임은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각 튜브에는 그 부분을 제작한 엔지니어의 이니셜이 새겨진다.
프레임 옵션으로는 슈퍼라이트 버전(X)이 있는데, 리어 트라이앵글과 프론트 포크, 헤드셋, 머드가드를 티타늄으로 만든 경량버전이다.
브롬톤의 변속 시스템은 외장 기어와 기어 허브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모델에 따라 외장 기어만 사용하거나, 기어 허브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기어 허브에 관한 에피소드도 있다. 브롬톤이 본격적인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서 ‘스터미 아처(Sturmey-Archer)’사의 내장 기어를 사용하게 됐는데, 1999년 스터미 아처가 부도설에 휘말렸다. 엔드류 리치는 부도설이 돌자마자 스터미 아처에 가서 6개월 동안 쓸 기어 허브를 수급했고, 스터미 아처는 2000년 결국 부도로 인해 대만 선 레이스(Sun Race)에 인수됐다. 한편 엔드류 리치는 스터미 아처 사장을 브롬톤으로 스카웃했고 또한 선 레이스에 인수된 스터미 아처와도 계속 거래를 유지했다.
브롬톤은 모델에 따라 총 4종류의 기어가 달린다. 스프라켓 코그를 단 1단 싱글 스피드부터 2단, 3단, 6단 기어가 있다. 국내에선 싱글스피드 모델은 판매하지 않고 2단 모델부터 판매한다. 2단 기어는 54T 체인링과 12, 16T 스프라켓으로 이뤄진다. 3단은 50T 체인링에 13T 코그, 3단 기어허브, 6단은 50T 체인링과 13, 16T 스프라켓, 3단 기어 허브로 조합된다. 기어비(크랭크 한 바퀴를 돌렸을 때 이동하는 거리)는 2단은 4.45, 5.93m, 3단 3.79~6.76m, 6단 2.63~7.94m다. 고속 라이딩을 중점으로 한다면 2단을, 일반적인 통근 등을 염두한다면 3단, 통근부터 여행 등 다방면을 추구한다면 6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2018년부터 M6R과 M6R-X(티타늄), M6R-HDSHI(시마노 허브다이나모) 모델은 50T 체인링 대신 44T 체인링을 쓴다.
브롬톤은 외장과 내장 변속기를 사용한다. 외장 변속은 체인스테이 하단에 체인 라인을 바꿔주는 디레일러를 통해 이뤄진다. 철도 선로를 바꾸는 방식과 비슷하다. 브롬톤에서는 이 디레일러를 ‘체인푸셔(Chain Pusher)’라고 한다.
내장 기어는 허브 액슬 중앙에 연결된 작은 체인으로 변속된다. 체인과 연결된 케이블을 당겨 변속이 되는 방식이다. 변속레버는 트리거 타입으로 몇 번 디자인이 변경됐다. 초기엔 스틱 형태로 좌우로 미는 형태였는데, 2008년경 ‘토끼귀’라고 부르는 Y 트리거를 거쳐 현재의 브레이크레버 일체형 방식으로 변경됐다. 일체형 변속기에는 변속 단수를 확인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도 달렸다.
브롬톤은 헤드튜브에 가방이나 바구니를 달 수 있도록 캐리어 블록 옵션을 두고 있다. 캐리어 블록은 캐리어 프레임과 연결되는데, 캐리어 프레임이 삽입된 가방이나 바구니를 달 수 있다. 브롬톤 전용 가방은 브롬톤 외에 많은 브랜드에서 제작하고 있다. 캐리어 블록 최대 하중은 10㎏.
브롬톤은 대중교통을 연계한 통근용으로 개발된 만큼 편리한 폴딩 시스템이 특징이다. 스탠드 없이도 뒷바퀴만 접으면 자립이 되며, 접었을 때 핸들바만 펴면 유모차처럼 밀고 다닐 수도 있다. 유모차 모드(?)는 특히 지하철역 환승 시 매우 편리하게 사용된다. 별도 옵션인 이지휠이나 그 외 서드파티 브랜드의 구름성 좋은 보조바퀴로 바꾸면 더 수월한 이동을 할 수 있고, 캐리어블록에 바구니를 달면 마트에서 쇼핑카트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핸들바까지 접으면 작은 사각형으로 변신되며, 안장을 잡고 들어서 이동할 수 있다. 폴딩이 되면 큰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자전거는 절대 풀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좌측 포크에 달린 고리와 시트스테이 브리지에 달린 로워 스톱 디스크(Lower Stop Disc)에 있다. 포크 고리는 폴딩 시 체인스테이에 고리를 걸어 앞바퀴를 고정시키며, 로워 스톱 디스크는 시트포스트를 끝까지 내렸을 때 시트포스트 하단을 고정시켜 리어 스테이가 펴치는 현상을 막는다. 핸들바는 포크 우측 상단과 스티어러튜브(스템) 중간에 달린 핸들바 캐치로 고정된다. 브롬톤은 접었을 때 585×565×270㎜의 작은 크기로 보관이 편리하다.
브롬톤은 최초 버전부터 지금까지 매년 특정 컬러와 아이템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페인팅을 하지 않고 마감재로만 코팅한 로우 라커부터 티타늄 버전 그리고 블랙에디션, 아시아 골드 에디션까지 다양하다. 2019년 모델에는 프리미엄 라인에 퍼플 메탈릭과 플레임 라커 2종이 새롭게 추가됐다. 퍼플 메탈릭은 화려한 보랏빛 광택 속에 블루와 레드 컬러의 방울이 합쳐져 화려함을 더한다. 플레임 라커는 브레이징을 그대로 노출시킨 프레임에 광택의 오렌지 컬러를 입힌 모델이다. 가격은 M6R 254만원. S2E 213만원이다.
스탠더드 라인에는 파피루스 화이트가 새롭게 추가되며, 핫 핑크가 다시 출시된다. 가격은 M6R 221만원, M2L 187만원이다. S2E 180만원이다.
브롬톤은 활용성이 좋은 편리한 자전거지만 반대로 정비성은 좋지 않다. 폴딩을 위해 모든 부분을 단단히 고정해야했기 때문에 흔한 QR레버는 시트에만 달려있다. 펑크를 수리하려면 약간의 불편함이 따르는데 허브 액슬이 15㎜ 육각너트로 고정되어 있고, 텐셔너 등이 다시 몇 개의 육각너트로 고정되어 있다. 즉 펑크 수리를 위해선 육각 너트에 맞는 스패너가 필요하다. 브롬톤은 이런 불편함을 알고 2012년 전용 공구 세트인 ‘툴 킷’을 선보였다. 브롬톤 직원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으며, 실제 시장에 판매되기 시작한 시기는 2013년부터다.
툴 킷은 누런빛의 재생용지 박스에 포장되어 있다. 박스 내부에는 툴 킷과 여분의 펑크 패치 외엔 아무것도 없는데, 브롬톤은 환경을 생각해 별도의 설명서를 동봉하지 않고 내부 박스 자체를 설명서로 만들었다. 박스를 천천히 해체하면 툴 킷의 구성품과 사용법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프레임 속에 쏘옥
툴 킷은 브롬톤과 항상 함께 할 수 있도록 구상됐다. 외형은 둥근 튜브 형태로 프레임을 접었을 때 튜브 안에 삽입되도록 디자인됐다. 툴 킷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 올바른 방향이 아니면 튜브에 삽입되지 않으며, 튜브 내부에 삽입된 툴 킷은 자석으로 튜브와 고정된다.
툴 킷에서 손잡이 역할을 하는 돌출된 스패너는 접었을 때 힌지 클램프 뒤 공간에 숨겨지기 때문에 접고 펴는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툴킷에는 8㎜, 10㎜ 스패너가 포함된 타이어레버 한 쌍과 래칫 드라이버가 달린 15㎜ 12각 스패너가 달려있다. 키트 중앙에는 필립스 드라이버와 일자 드라이버 비트, 2.5㎜+5㎜, 3㎜+4㎜, 2㎜+6㎜ 육각 비트가 가지런히 자리하며, 그 옆으로 길고 좁은 공간에 펑크 패치 2개와 사포가 있다. 펑크패치 수납 공간에는 최대 4개의 펑크패치를 넣을 수 있다. 여분으로 6개의 펑크 패치가 동봉되어 있다. 툴 킷의 무게는 약 170g이며, 가격은 10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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