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에 빠진, 오선미 이야기

onDec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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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나 인터뷰라고 하면 유명인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을 취재한다니 쑥스러우면서도 흥미롭다.  
대뜸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데, 글쎄······, 그런 걸 바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려나? 
어떤 것부터 말해야하는지 두서가 서지 않지만, 지금부터 내가 즐기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사이클링 이야기를 해보겠다. 

난 바람에 스치는 정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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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어느 날, 와츠사이클링 하남 매장 앞에서 예쁜 로드바이크를 발견했다.

 내가 취미생활로 자전거를 타게 된 건, 6~7년 전이다. 처음엔 미니벨로로 시작했다. 미니벨로를 택한 건 당시 유행이기도 했고, 작고 아기자기한 것이 마음에 쏙 들어서다.
자전거 타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지나가는 풍경이다. 크기도 아담하고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한동안 안장에 앉아 페달을 밟으면 어느새 다른 색깔, 다른 분위기인 곳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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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커스텀 바이크 브랜드, 페스카의 앰버서더이자 첫 커스텀 프레임의 주인공인 오선미 씨. 

 과거 몇 년간 일에 쫓겨 사느라 그렇게 좋아하던 자전거와 멀어졌다. 작년 여름이 되서야 다시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생겼는데, 내 공백기 동안 미니벨로를 타던 친구들은 큰 바퀴의 날쌘돌이 로드바이크로 갈아탔다. 
친구들과 함께 라이딩하는 즐거움을 생각해서 로드바이크를 타기 시작했는데, 미니벨로보다 속도감이 빠르고 더 멀리, 더 많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미지의 땅을 찾아가는 모험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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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자전거 길에서 다시 만난 오선미 씨는 자전거 여행과 란도너링을 즐기는 평범한 동호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로드바이크를 탄지 1년 남짓 지났지만 라이딩 스타일을 말하자면 전문적인 편은 아니다. 좋게 말하면 ‘은근과 끈기의 라이더’, 나쁘게 말하면 ‘쇠심줄 같은’ 정도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스포츠 자전거를 타고 있지만 짧고 화끈하게 라이딩하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른다. 지난 5월, 경험 삼아 출전한 광명스피돔 크리테리움에서 2위를 하긴 했지만, 여성 출전자가 손에 꼽을 정도여서 운이 좋았을 뿐이다.
대체로 경쟁이 심한 경기보다 풍경이 아름답고, 여유롭게 라이딩할 수 있는 그란폰도 같은 걸 선호한다. 그리고 주중 짬짬이 타는 남산-북악도 좋지만, 웬만하면 새로운 곳을 찾아 멀리 떠나는 라이딩을 더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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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저녁 남산-북악 코스를 오르는 것도 좋지만, 가보지 않은 곳으로 라이딩하는 것을 더 즐긴다.

이런 나를 보고 자전거 친구 한 명이 란도너링을 추천했는데, 지금까지 그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스스로 길을 찾아야하는 200㎞ 이상 긴 여정, 체크포인트를 하나하나 클리어 해 나갈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이 딱 내 취향이었고, 자신에 대한 도전이자 미지의 땅을 찾아 떠나는 모험 같았다. 
란도너링은 적으면 2명, 대체로 4~5명 팀을 이뤄 페이스를 맞추곤 하는데, 우여곡절을 겪는 중에 함께 한 이들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되고, 소위 전우애 같은 것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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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도너링은 그에게 미지로 떠나는 탐험이다. 긴 여정엔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어 언제나 든든하다. Photo: instagram.com/candice.oh

지난 3월, 코리아 란도너스 첫 공식 브레베인 서울 200㎞ 여정을 나섰을 때다. 100㎞ 지점을 지나던 중 낙차를 하고 말았다. 통증이 있었지만 다른 멤버들에게 걱정 끼치기도 싫고, 통증도 견딜만한 것 같아 그대로 나머지 구간을 달려 완주했다. 
다음 날, 병원에서 진찰을 받으니 척추압박골절이라는 거다. 그 때 정신이 번쩍 들면서 ‘아! 내가 고통에 무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라이딩 때면 무척 조심하는 편이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다른 사람을 위해 라이딩을 자제하기도 하는데, 일단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중도에 포기가 되지 않는다. 
올해부터 매 달 200㎞이상 라이딩에 참가하는 R12 란도너에 도전했는데, 계획대로라면 이 기사가 게재될 쯤 나의 R12가 완수됐을지 모르겠다.

※ 편집자 주: 란도너링(Randonneuring)
일주여행을 뜻하는 프랑스어 란도니(Randonnée)에서 유래한 말이다. 장거리 코스를 여행자가 자력으로 완주하는 여행 또는 그와 같은 형태의 사이클링을 말하며, 이런 여행자를 란도너(Randonneur)라고 한다.
란도링은 브레베(Brevet), 아우닥스(Audax, 라틴어)라고도 불리며, 그 형태도 여행거리와 형식에 따라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리아 란도너스가 기획한 장거리 라이딩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며, 정해진 일정에 주어진 코스를 완주하는 방식과 라이더가 선택한 코스를 임의의 일정에 완주하는 방식이 있다. 코스거리에 따라서 제한시간이 달라진다. 지도와 GPS를 참조해 체크포인트를 찾아야하는 것은 오리엔티어링과 비슷하지만 완주에 의의를 두고 순위를 부여하지 않는 점은 경기와는 구분되는 점이다.

무료한 삶보다 고생 끝의 작은 달콤함을 찾는다

란도너링이 자전거를 타고 하는 여행이라면, 사이클링을 주제로 여행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지난 여름엔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열린 라파 사이클링 클럽 서밋에 참가했는데, 5박6일 일정에 4일 동안 라이딩을 했다. 
첫 날부터 코스 난이도나 라이딩 거리에서 내겐 매우 힘든 경험이었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고, 화창한 날씨와 깨끗한 토양에서 나온 와인과 음식 때문인지 꿋꿋이 라이딩을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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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열린 RCC 서밋에서 가장 인상적인 라이더로 선정된 오선미 씨. Photo: instagram.com/candice.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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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다보면 힘들다는 경계가 무뎌져요.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라이딩할 때 지형이 험하고 템포가 빨라 힘들기도 했지만 나중에 이 사진을 보니 그 마저도 뿌듯한 추억이 더라고요” Photo: ⓒMatt Randall, Rapha

가장 장거리이면서 긴 고개를 넘어야하는 3일째, 고통스럽다는 말 밖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힘겨운 여정이었다. 마지막 날은 가벼운 뒤풀이고 사실상 그 고비만 넘기면 완주가 목전인 셈이었으니 이를 악물고 라이딩을 마쳤는데, ‘무슨 이런 고생이 있나’ 싶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 날 저녁, 만찬을 하던 중 사회자가 날 호명해 연단에 세웠다. 이번 투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라이더로 내가 선정됐다는 것이다. 우연히 핑크 드레스를 입고 만찬에 참석한 내게 말리아로자와 같은 색상의 스카프가 주어졌고, 참가자들과 스탭들의 갈채가 이어졌다. 조금 전까지의 고생과 피로가 봄눈 녹듯 사라지고 추억이 되는 순간이었다.

나의 페스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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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미 씨의 자전거 페스카 원(ONE)은 자신의 몸에 맞추어 만든 커스텀 바이크다.

로드바이크를 타면서 줄곧 만족스럽지 못한 걸 꼽으라면 바로 자전거 사이즈다. 미니벨로를 한참 즐기던 시절에 저렴한 로드바이크도 하나 있었지만 사이즈가 크고 자세가 불편해서 몇 번 타지 않고 방치했었다. 본격적으로 란도너링을 즐기면서 다른 자전거를 장만했는데, 예전 것과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만족할 정도도 아니었다.
체구가 작은 편이라 웬만한 브랜드의 XS사이즈도 잘 맞지 않을뿐더러 사이즈에 맞추어 브랜드를 정하면 자전거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몸에 맞추어 커스텀 프레임을 만들어주는 업체가 있다고 해서 알아보던 중 체코 업체인 페스카(FESTKA)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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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메트리는 물론, 데칼 디자인까지 오선미를 위한 단 한 대 밖에 없는 자전거다. 

사실 처음엔 브랜드보다는 인터넷에서 본 자전거 디자인에 마음이 꽂혔다고 해야 하는데, 페스카의 원(ONE)이라는 모델 중 색상이며 데칼이 마음에 쏙 든 디자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프레임을 주문하려고 하니까, 유럽의 어떤 선수를 위한 단 하나의 디자인이라며 똑같은 모델은 만들어 줄 수 없단다. 대신 나만을 위한 새로운 그래픽을 디자인 해주겠다는 제안이 돌아왔다.  
‘지오메트리뿐만 아니라 그래픽까지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자전거란 말이지’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페스카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의 새 자전거 지오메트리는 페스카의 국내공급사인 와츠사이클링의 박기환 점장이 맡았다. 커스텀 제작을 위한 작업은 마치 옷을 맞추는 것 같다. 신체치수와 활동범위를 측정하는 것도 그렇고, 포지션 머신에서 라이딩 자세를 시뮬레이션하며 지오메트리를 점검하는 것도 맞춤옷을 가봉하는 것과 비슷했다.
      

페스카 한국 앰버서더 1호

커스텀 제작을 진행하면서 와츠사이클링으로부터 페스카 앰버서더에 지원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앰버서더로 선정된 사람은 페스카 라이더로서 간간히 SNS에 자신의 라이딩 활동을 공개하는 대신 소정의 혜택을 받는단다. 그리고 각국 공급사는 앰버서더 후보를 추천만 할뿐, 선발은 페스카 본사에서 하는 것이라 선정된다는 보장도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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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미 페스카 원의 지오메트리는 와츠사이클링 한남점 박기환 점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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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점장은 “오선미 씨는 신장이 작은 편이지만 팔다리가 길고, 유연성이 좋아서 기존 프레임보다 리치를 늘이고, 스택을 낮춘 상태를 더 안정적이고 편하게 여겼습니다. 흔히 핸들바가 높고 가까우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닙니다. 아마도 리치에 맞추어 기성 자전거를 고르면 스탠드오버가 높아서 부담스러웠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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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단계에서 페스카가 보내 온 오선미 씨 프레임셋의 사진. 오선미 씨가 좋아하는 블랙, 화이트, 핑크와 점(Dot)를 소재로 산뜻하지만 과하지 않게 디자인 했다. 

브랜드 앰버서더 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유명인이나 대회에서 화려하게 입상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인 줄 알았다. 더구나 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활동도 거의 하지 않아서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사양을 했다.
그 즈음 페스카로부터 디자인 시안이 왔다. 주문을 할 때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 인터뷰를 했었는데, 도트를 소재로 한 핑크색 그래픽이 어쩌면 내 마음 속에서 꺼내놓은 것 같던지······. 두 말할 것도 없이 마음에 쏙 든다고 회신했다.
시작은 그저 몸에 잘 맞는 자전거를 만들려 던 것인데, 그 자전거 하나에 사람의 성격과 향기를 담으려는 페스카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나 보다. 안 되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앰버서더에 지원했다. 곧바로 페스카에서 논술 문제지 같은 이메일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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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텀 프레임 제작을 하면서 페스카의 사람 중심 경영에 매력을 느끼고, 페스카 앰버서더를 지원했다는 오선미 씨는 지원서에 평범한 사람이 즐기는 사이클링을 진솔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라이딩은 어떤 스타일을 즐기는가, 대회 입상 경험은 있나, SNS 활동, 앰버서더로서의 활동계획 등을 서술해달라는 등, 대부분은 나와는 동떨어지고 상관없는 질문 같았다.
가급적이면 꾸밈없이 답하려고 노력했고 그 내용은 대부분 이 글 앞부분에서 이미 언급했던 것들이다. 그리고 돌아 온 대답은 

“당신은 페스카 앰버서더입니다”

내가 달리는 이유? 즐거우니까

지원서의 마지막 질문은 “당신은 왜 자전거를 탑니까?”였다. 답을 하는 내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이 대목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바쁜 일상 중에 난 왜, 사이클링을 하는 걸까?’
‘이 숨 가쁜 도시에서 하필 자전거라는 것을 타는가?’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던지기 위해?’
‘멋있어 보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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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카 앰버서더가 되고서 오선미 씨의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는 SNS를 시작했다는 것. 종전까지 관심이 없었던 SNS에 자신의 일상과 라이딩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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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미 씨의 인스타그램.   

모두 겉치레 같고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단지,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삶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내 지론이고, 때문에 오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만 오롯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가지 답밖에 없었다.

“자전거 타는 게 즐거우니까.”

페스카는 내게 이런 답변을 해왔다. 

“당신은 페스카를 위해 의무적이거나 강요된 홍보 활동을 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처럼 행복하게 자전거를 타시면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페스카 앰버서더로서 자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하하! 앰버서더로서의 혜택? 
프레임 가격을 약간 할인해줬고, 내 프레임을 특별히 빨리 제작해줬단다. 그리고 추가 주문을 하면 더 빨리 제작해줄 것이라나.
난 지금 새 자전거를 아주 만족하게 타고 있다. 더 편하고, 날렵하며, 멋있어진 것 같다. 앰버서더가 되고 달라진 점이라면 별로 관심 없던 SNS에 자전거와 관련된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정도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내겐 큰 변화다. 
지금까지는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자전거를 타는 여성이라서, 주목 받는 것이 싫었는데, 지금은 꼭 무슨 앰버서더라서가 아니라, 나처럼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이고 싶다. 자신 있고,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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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카에선 ‘의무적인 앰버서더 활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페스카 앰버서더의 자부심을 갖고, 사이클링을 즐겨라’라고 말해요. 물론 앰버서더를 시작하면서 SNS에 관심을 두게 됐지만, 앰버서더라는 의무감보단 평범한 사람도 멋지게 삶을 즐긴다는 걸 공유하고 싶어요.” 

■ 와츠사이클링 www.watts-cycling.com ☎(02)797-8279

※본 기사는 취재원의 동의하에 1인칭 시점으로 정리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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